극한직업

너와 나 사이에는 어느덧 틈이 비집고 들어와

쓸쓸함 만이 극에 달해

내 뺨을 후려치며 달려가고 있다.

시원한듯 당연하게 고통은 너무도 당당하게 나를 감싸고 있다.

난 오랜 채무를 이행하듯 감내했다.

살아 있음이 슬펐으나, 오히려 감사했다.

그러다가 그의 날카로운 판정을 받아들게 되면

진실이, 사실이, 나의 어리석음이, 그 빌어먹을 관용이

가시보다 진하고, 깊숙이 내 몸을 파고 드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심장을 도려낸다기 보다는 그냥 나를 반토막 내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하고 명료하게 끝나버렸다.

난 처참히 길 위에 널브러졌고, 눈만 꿈뻑일 뿐

생각이란 것도 사라지고, 말이라는 것도 사라진 후였다.

말… 말을 할수 있는 입이 없어진 것 같았다.

창 밖에는 황사같은 눈이 내린다.

작은 알갱이로 흩어져 내리는 눈은 전혀 로맨틱하지 않다

그의 신발에 묻은 흙을 털어서 내 입에 넣는 듯했다.

이제 그만 가야겠다.

그냥 도로가에 차를 세우고

난 도로 돌아가야겠다.

시간이 멈춰서서 나를 애절하게 붙잡기 전에 서둘러 돌아가야겠다.

겨울 길

다시 겨울이다

털실 한 올 풀어 길에 떨어뜨려 놓고,

그 길 따라 가면

지난 겨울

차가운 그 길에 다다를 수 있을까..

하도추워 얼굴은 시퍼렇게

마음은 그리움으로 타들어가고

멀리 까마귀는 흰 눈밭을 서성이다

굽이진 그리움의 길을 한 달음으로 다가 간다.

널  떠나오는 그 길에서

나는 묻는다.

찾아 온 설움이

나에게 묻는다.

기억은 이미 질퍽하게 뭉개져 흔적조차 없는데,

겨울은 왜 이토록 차가우며

나는 왜 아직도 그 길에서

서성이고 있는 건가

2.

밤마다 짐승의 울음 소리로 마음이 심란했다.

그 소리는 조금씩 가까이 들리는 듯 했고,

나는 더욱 시름에 빠져갔다.

이 괴로움을 끝내야 하는 이유는

나의 눈동자가 자꾸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기억을 지우기 위해 나는 나의 뇌를 조금씩 먹어버리기로 했다.

오늘 밤에도 짐승의 소리가 멈추지 않는다…

그 길 앞에서

그 앞에서

난 길을 잃었다.

출구를 찾을 수가 없었다.

오해로 인한 내 변명을 해야 하는데

벙어리가 된 것만 같았다.

변명조차 부끄러워지는 밤이었다.

작은 조명만이 위로를 해주는 듯 했다.

젖은 낙엽이 내 심장에 붙어 온 몸을 식고 있다.

차라리 저체온으로 숨이 멎는다면…

굳이 출구를 찾기 위해 이리 밤을 헤집고 다니지 않아도 될텐데…

2.

해가 이미 저물었다.

나도 기울어졌고

더 이상 그 길에 서지 않게 되었다.

괴로워 하는 일은 지쳐갔고, 사랑하는 마음도 식어졌다.

다시 그 길 앞에 서서

나를 돌아보고, 너를 찾아 봐야겠다.

그토록 하찮던 아픔들이 아직도 나의 발목을 붙잡고 있을지..

다시

용기를 내어

그 길 앞에 서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