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기억

노래한다.
노래한다.
너에게 노래한다.
바닥에 고여 있는 물 위에 나의 노래를 흘려보낸다.

넌 날 버리고 떠났다.
바닥에 넘어져 일어나기도 전에
넌 그 길을 떠나버렸다.

사라지고 말았다
흔적이 없는데
존재도 없어졌다.
기억에서도 사라졌다.

실제 일어났었던 일이었을까..
꿈이라면 좋았을 것을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았어야 할텐데...

해는 지고 어두워졌다.
바람이 불지 않아도 낙옆이 흩어지고 있다.

집으로 가는 버스
날 떠난 뒤
넌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날 잡아끌고 있는 것은
나이지, 너는 아니다.

그날 너에게 전화를 걸지 말았어야 했다.
마지막을 품위있게 마무리 지었어야 했다.

불면의 밤을 끝마칠 수 있을까..
길을 걷다가 흙탕물에 넘어졌다.
그냥 누워 잠을 자는 게 나을 뻔 했다.

차라리 기다렸다 하지 말 걸

그 꽃이 시드는 날
너에게로 달려가볼게
내게 안겨 준 그 꽃이 이별의 꽃이라 말하여도,
내겐 희망이 되고
창가에서 말라갈 지라도, 그 꽃말은 사랑일거다.

꽃이 어느날 말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오직 너에게로
아무도 바라보지 않는 창가에 서서
하염없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고.

우연히 찾아온 길 모퉁이에서
그를 만날 날
여태껏 기다려온 보람도 없이,
그저 빈 옷자락만 날리고 있구나

차라리 기다렸다 하지 말 걸 그랬다.
이제와 소용없는 말은 하지 말 걸 그랬다.
생기 없는 빈 껍질로, 다가서면 부스러질 분홍 잎이라 할지라도

어찌나 널 기다리며, 어찌나 널 그리워하며
어쨌거나 마지막 숨을 다했으니,
이제는 부스러져 바람에 날릴지라도 차라리 다행이다

찬란한 봄은 어떻게 오나

 깊은 한숨으로 지는 해를 바라본다.
빛은 어느덧 어두움이 되겠지만
오늘의 빛은 이미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고 말았기 때문에
다가올 어두움이
더이상의 비극은 허용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난 오늘
너를 한껏 믿어보려 한다.
너의 그 크나큰 생명력에 기대어
나의 노쇠함의 우울을 거둬보려 한다.
난 이미 시들고 있지만,
곧 다가올 터질듯한 부푼 가슴
다가오는 빛의 기운을
이미 느끼고 있다.
찬란한 봄이 다가온다
태풍처럼 소용돌이 치며
한껏 달려오고 있다.

인지능력

분명히 어제는 기억이 나고
내일은 기억이 없는데,
오늘을 이끄는 것은 어제가 아니고 내일의 기억이다.
내일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무수히 문을 두드렸지만,
대답은 없으나, 난 분명히 인기척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가 나를 이끄는 구나..
내일의 내가 오늘의 나를 이끄는 구나
그러면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를 이끌었겠구나.
어제의 나에게 지금 내가 대답을 해줄수 없듯이
내일의 나는 나를 기다려줄 뿐,
그의 소리가 지금의 나에게는 들리지 않겠지..
다행이다.
이 세상에
혼자 덩그마니 떨어져 점처럼 찍혀진 내가 아니라
어제를 이끌고 내일로 가는 내가,, 아니 우리가 기차처럼
열심히 달려가고 있는 것을..
어제의 나에게 힘을 주고, 격려하는 습관을 갖기로 했다.
참으로 영약한 방법이 아닌가..
내일은 우리가 함께 달리는 현실세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자.
굿모닝, 굿애프터누운, 굿이브닝, 굿나잇

난 슬퍼요
비가 오지도 않는데
바람이 불지 않는데
마음은 이미 차가워졌어요.
한 끼 식사를 하기 위해
먼 길을 걸어왔어요.
따뜻한 메세지를 전하기 위해
이곳까지 왔는데
그는 이미 자리를 떠나버렸군요.
혹시 저에게 남긴
메.세.지.. 가 없을까요

피의 향기

어떤 사람에게서 나는 향기가 있다.
그의 옷에서도, 그의 숨소리에서도.
그와 악수를 마치고, 난 내 손을 코에 대었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어졌다.
그 향기는 그의 생각이,
그의 혈관을 타고 온 몸에 흐른 후,
내 쉬는 한숨일거라 생각했다.
그의 뒤를 밟기로 했다.
그가 남기고 간 한 자루의 볼펜을 재빨리 숨겼다.
그리고 그것을 팔뚝에 박고
내 혈관속으로 그의 향기가 흐르기를 기다려 본다.